[단편] Freeze breaking

그 날따라 유난히 손이 시린 날이었다. 항상 난방을 21도로 일정히 맞춰놓고 살고 있는데 이렇게 추울 리가 없는데 하며 이불 안에서 몸을 꼼지락 대며 덜덜덜 거리고 있었더랬다. 그렇게 약 두어 세시간을 이불 안에서 핸드폰 게임을 하면서 뒹굴다가 단전에서 부터 끌어 올라져 오는 허기에 어쩔 수 없이 추위에 지친 몸을 일으켜 세웠다. 뭘 먹어야 하나 하고 냉장고를 기웃 거려봤으나 이렇다 할 밑반찬 조차 없었다. 이럴 때에는 엄마의 손길이 참 그립다 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녀는 그래도 밑반찬이 없으면 음식을 만들어 먹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한숨을 내쉬고는 냉장고에서 재료를 몇 개 꺼내고서는 곧바로 싱크대 앞에 음식손질을 하기 위해서 우뚝 섰다. 

"아... 무슨 설거지 할 게 이렇게 많아..."

일명 폐인(?)의 삶을 살고있는 자취러라면 한 번 쯤은 겪어봤을 법한 설거짓거리가 너저분하게 싱크대 홀을 꽉 채운 광경을 보았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쌓아 올려놓은 그 설거짓거리를 치우기 위해서 수세미 위에 세제를 힘 없이 푹 눌러 짜서 올려 주고는 일단 조금 정리를 한 상태에서 설거지를 하는 것이 좋을 듯하여 물이 담겨있는 식기들을 왼손으로 푹 잡고는 옮기려했다. 

"아앗..!"

그녀는 황급히 식기류를 잡고 있었던 왼손을 급히 빼 내었다. 맨 위에 있던 식기 하나가 갑자기 별안간 잡자마자 깨져버린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적잖이 당황한 그녀는 대체 오늘 무슨 날이길래 이러노 라면서 중얼거리고는 깨진 식기류로 인해서 다친 왼손을 살펴보았다. 피가 흘러나왔다. 왼손 약지와 새끼손가락이 확 베여버려서 출혈이 일어나 있었다. 일단 수세미를 잡고 있던 오른손을 놓고 다친 부위에 피를 바로 지혈하지는 않고 다친 부위로 인하여 세균 침식 등의 감염을 막고자 그 부위를 힘껏 눌러주었다. 그리고는 급한 대로 키친 타올 한장을 쭉 찢어내서는 틈새 사이로 올라 온 피를 조심스레 닦았다. 

"이제 민간요법으로 소독을 하면 되겠지? 마데카솔 쓰기에는 너무 아깝단 말이야, 이런 상처에는."

그녀는 마데카솔을 굉장히 아꼈다. 남들이 그녀를 보면 아마 ' 저 여자는 그렇게 까지 검소하지도 않으면서 이런 것에서는 쓸데없이 약을 아낀다.' 라고 했을 것이다. 실제로도 그 여자는 그렇게 검소하다고 까지 할 만한 씀씀이를 가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가 쓰려고 하는 마데카솔은 그녀의 연인이었던 사람이 그녀 자신이 다쳤을 때 급한 대로 저를 위해서 근처 편의점에 뛰어가서 사 와준 마데카솔이었기에 좀 더 아껴 쓰고 싶어 했다. 그렇기에 그녀는 마데카솔을 쓰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는 앞서 말했던 민간요법(?)이라는 것을 하고서는 다시 설거짓거리 앞에 다시 자리했다. 일단 그릇을 옮기는 것은 보류하고는 물을 틀으려고 했다. 따뜻한 물 나오는 방향으로 손잡이를 돌렸는데 물이 나오지 않는다. 당황한 그녀는 손잡이를 오른쪽으로 돌렸고 반대 방향으로는 물이 나오는 것을 보고서는 아뿔싸 하고 주방 바로 뒤에 있는 화장실로 뛰어가서 샤워기 호스 근처에 있는 수도 손잡이를 왼쪽으로 팍 꺾었다. 망했다. 그녀는 보일러 LED 기계를 확인해보았다. 저것만 봤을 때는 작동되는 듯했지만 아무래도 역시 그 현상이 의심되었다. 



[ 여보세요~ 아이구 아가씨, 요번엔 무슨일이에요.]

"아 다른 게 아니라요. 아무래도 동파 된 거 같아서요. 여기 난방이나 이런 건 문제가 없는데, 따뜻한 물이 전혀 안 나와요."

[아이쿠, 어떡해요. 보일러 기계가 얼은 거 같은데 내가 거기가서 좀 봐줄께요.]

"제가 오늘 약속이 있어서 물은 좀 빨리 써야 할 거 같은데 혹시, 빨리 와 주실 수는 없으세요?"

[음, 미안해요. 바로는 못 가고, 내가 1시간 이내로 빨리 갈게요.]

"아, 네네. 기다리겠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짧게 통화를 마친 그녀는 생각했다. 당장 사람이 오는데 설거지도 문제지만 나도 문제라는 생각에 대충 어지럽게 놓여 있는 집을 간단하게 치웠다(?). 그리고는 급한대로 라도 찬물을 써서 설거지를 끝냈다. 그리고 가스렌지 바로 옆에 놓여있는 전신거울을 통해서 자신을 보니 꼴이 말이 아니었다. 그녀는 안 되겠단 생각에 곧바로 화장실로 들어가서 찬물로 전신샤워를 했다. 이 겨울에 찬물샤워 라니, 하긴 옛날 군인들은 이 겨울 날씨에도 찬물 샤워 한다는데 라는 생각으로 견디기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무사히 찬물 샤워를 후다닥 끝냈다. 떨리는 몸에 남아있는 물기를 미리 준비 해 둔 타올로 조심스레 닦아준 후 옷을 이따 외출할 때 입을 옷으로 미리 갈아입고 후다닥 머리를 다 말렸다. 이렇게 처리를 해 놓아야 뒤탈이 없을 거란 생각을 했다. 약속 때 들고 갈 가방도 간단하게 챙겼다. 오늘 이래저래 정신없을듯해서 였다. 예상대로 그녀의 추측은 맞아떨어졌다. 아까 전화 통화했던 사람이 그녀가 준비가 끝날 때의 타이밍에 도착해서는 문을 두드렸다. 잽싸게 문을 열고 인사를 했다. 보일러가 언 것이 확실하다고 하더이다. 그 사람은 멀티탭이 하나 필요하다 하면서 그녀에게 빌려달라 했고, 그녀는 마침 남는 멀티탭이 없다고 대답을 했다. 그러자 그 사람은 급한 대로 자기가 사 오겠다며 기다려달라 하더니 정말 5분도 채 안돼서 다시 와서는 사 온 멀티탭을 남는 콘센트 자리에 꽃아달라 하더이다. 그녀는 그 사람의 요청대로 콘센트를 꽂고는 혹시 뭐가 더 필요하냐고 여쭸다. 그러자 드라이기가 좀 필요하다고 하였다. 그녀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우리 집 드라이기 화력이 좀 약할텐데요 라며 드립 아닌 헛소리를 했다. 그러자 그 사람은 뭐가 됐든 상관없으니까 빨리 달라고 하시며 재촉하였다. 그녀는 참 머리 빨리 말리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안 그래도 곧 있을 시간이 약속 시각이고 촉박했는데 드라이기를 써서 언 보일러를 녹이려면 시간이 또 그만큼 걸릴 텐데 라는 생각에 진심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혹시나 모르니 싱크대 쪽이랑 화장실 쪽 물을 둘 다 따뜻한 방향으로 나오도록 손잡이를 돌렸다. 그리고 수시로 물이 나오나 안 나오나를 체크했다. 이윽고 1시간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물이 나오더랬다. 


"봐봐요. 그래도 안 하는 거 보단 낫죠? 이젠 물 잘 나오지요?"

"네…그러네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따로 사례 해드려야 할까요?"

"아뇨, 무슨... 사례는 괜찮아요, 아가씨. 급한 거 같았는데 미안해요. 너무 지체 된 거 같은데."

"아니요, 괜찮아요. 앞으로도 물 써야 하고 그래야 하는데. 못 쓰면 큰일 나죠."


그렇게 문제 하나가 일단락이 됐다. 그녀는 그 사람이 나가자 마자, 일단 나머지 청소를 간단히 끝냈다. 폐인 자취러가 할 수 있는 청소로서 최소한은 해 놓은 것이다. 물론 이 상태로 손님을 또 맞이 하기에는 문제가 되겠지만 아마 이따 약속 끝나고 집에 돌아올 때에는 혼자 일테니 문제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나갈 채비를 끝내니 이미 시계는 5시 1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급한 대로 메이크업을 간단하게 하고선 패딩을 입고서 빠르게 신발을 신고 집을 나서서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자신이 사는 동네는 한 번 열차가 떠나가고 나서는 배차 간격이 말도 안 되게 길기 때문에 빠르게 걷지 않으면 안되었다. 이윽고 역에 도착하고 그녀는 빠르게 카드를 태그하고선 자신이 타야 할 열차가 오는 승강장으로 가는 에스컬레이터를 뛰어 올라갔다. 마침 배가 꼬르륵 거렸다. 아 빈속이구나. 항상 뭐 하나를 매번 빼 먹는 자신의 습관에 한숨이 푹 나왔다.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오늘 있는 약속이 저녁 식사이니 문제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시간이 꽤 많이 흘러서 약속했던 약속 시각보다 훨씬 더 늦을 듯 했다. 그녀는 바로 스마트폰을 꺼내어 약속장소에서 만날 제 연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혹시 약속장소에 미리 나와 있냐는 그녀의 물음에 수화기 너머로 나 나오지도 않았다는 제 연인의 대답에 아하... 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자신이 오늘 좀 늦게 출발했다 보니 좀 이따 XX 역에 도착했을 때 다시 연락해주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고는 "그러고 보니 오늘따라 이 사람이 먼저 연락을 안 줬네... 무슨 안 좋은 일 있나? 기분 탓일까?"라고 중얼거렸다. 하지만 이렇게 중얼거린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이 아니기에 그녀는 일단 생각은 접어둔 채 달리는 열차에 몸을 맡겼다. 이윽고 전화상으로 약속했던 역에 열차가 정차하자 그녀는 빠르게 문자 메시지로 연락을 했다. 곧이어 답장이 왔다. [빠라바라바라밤~]그녀는 피식 웃었다. 역시 특별한 문제는 없는 거구나. 그래 내 기분 탓인 거야 하고는 맑게 웃었다. 그렇게 열차는 어느덧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이제 모든 것이 문제없이 돌아갈 거야 라고 생각하며 그녀는 밀려 나오는 미소를 참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알지 못했다. 집에 아까 얼어있었던 보일러 말고도 더 크게 얼어붙은 존재는 따로 있었음을, 그녀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렇게 앞날의 행보조차 모른 채 그녀는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단숨에 계단을 올라 대합실로 향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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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여 재구성한 이야기입니다. 

-민간요법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했다가는 욕 얻어 먹을 거 같다&따라 하실 분이 분명히 계실 것 같다...
라는 생각에 디테일하게 적지는 않았습니다. 이 글을 읽으실 분들의 건강은 소중합니다 ^ㅅ^

-첫 글이 생각보다 너무 비루하네요... 그래도 끝까지 봐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다음에도 더 좋은 글로서 여러분들이랑 소통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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